대중매체와 인류의 변화: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허물며 (김주환 교수 내면소통, 마샬 맥루한) 드라마와 뉴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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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가 인류 역사에 가져온 핵심적인 변화 중 하나는 허구(드라마)와 사실(뉴스) 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 것입니다. 다양한 매체와 비슷한 프레임을 통해 전달되는 기호물들은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배우와 정치인을 구별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배우와 정치인, 드라마와 저널리즘, 허구와 사실은 모두 대중매체에 의해 생산된 기호물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합니다. 따라서 이들을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환상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중매체가 인류 역사에 어떻게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 매체 속에서 어떻게 자기 성찰을 하고 알아차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또한 인쇄매체의 등장이 어떻게 근대적인 과학을 탄생시켰는지도 살펴보겠습니다.

20세기 매스 미디어의 등장

20세기에 등장한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의 매스 미디어는 인류 사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맥루한(McLuhan)은 글말이 인간의 이성적 사고를 발전시켰다고 주장했으며, 텔레비전과 같은 영상 전자 매체가 이성적인 개인을 비이성적 부족적 인간으로 퇴화시킨다고 언급했습니다. 시각 기관을 통해 순서대로 받아들여지는 텍스트와 달리, 텔레비전의 시청각 정보는 눈과 귀를 동시에 사용하여 한꺼번에 수용됩니다. 이는 원시 부족 사회를 결합시켰던 힘인 “터치(touch)”의 감각을 되살려 지구촌(global village)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가져옵니다.

엘리후 캣츠와 다니엘 다이안은 이러한 현상을 “미디어 이벤트(media events)”라 부르며, 인간의 달 착륙이나 전쟁 중계 방송처럼 한 사건이 즉각적인 역사(instant history)로 기록되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이는 원시 부족 사회에서 가능했던 일로, 영상 전자 매체를 통해 전지구적인 규모로 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인쇄매체와 근대 과학의 발전

인쇄매체는 근대 과학의 성립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과학주의 세계관과 객관적 진리에 대한 확신은 모두 인쇄매체 이후에 등장했습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이성과 진리가 강조되고 과학이 발전하였으며, 근대 국가의 성립도 인쇄매체의 발달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쇄매체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텍스트를 접할 수 있게 하여 과학적 담론의 기반이 되었고, 지식의 객관성과 절대 진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특히 학술지의 등장은 과학적 방법론과 담론 형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보 양식과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변화는 공동체의 담론 틀을 바꾸고 사회적 상호작용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증거로 작용합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에서 실험에 바탕을 둔 실증주의적 방법론이 받아들여지게 된 것도 학술지라는 인쇄매체 덕분입니다. 이는 과학적 논문 형식이 실험적 방법을 통해 더욱 공고해졌음을 보여줍니다.

과학적 담론과 권위

과학적 논문의 전형적인 형식은 문제 제기, 객관적인 이론 제시, 관찰 및 자료의 객관적 서술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러한 형식을 통해 과학자는 과학의 이론과 방법론 뒤에 숨어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권위를 얻기 위해 자신의 담론을 주변화(marginalize)하게 됩니다. 과학자는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규범을 따르며, 글쓰기 과정에서 실험의 결과를 매개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웁니다.

최초의 과학 학술지인 런던 왕립 학회의 철학 논문집(The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에서는 편집자가 적절한 논문을 선택해야 했고, 이를 위해 과학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기 위한 게임의 규칙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실증적 방법론의 보편화를 가져왔고, 19세기 이후 실험적 방법이 유일한 과학적 방법론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바저만(Bazerman)은 실험적 방법이 진리 추구를 위해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 공동체에서 선택된 역사적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실험적 방법에 기반을 둔 논문 형식의 글쓰기는 과학을 위한 유일한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결론

대중매체는 인류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허구와 사실 간의 경계가 흐려진 현상은 우리가 매체를 통해 경험하는 현실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또한 인쇄매체의 등장은 근대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였으며, 이는 오늘날 우리가 과학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중매체 속에서 우리는 자기 성찰과 알아차림의 기회를 찾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대중매체가 어떻게 인류의 역사에 기여했는지를 되짚어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우리가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