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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흔히 '기분이 다운되는 질환'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짜증이나 분노도 우울증의 한 증상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 진단을 받으면 자신이 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는 잘못된 선입견입니다. 우울증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며, 이를 의지로 극복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고통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나종호 예일대 정신과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환자들이 정신과에 접근하는 방식과 증상을 다루는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한국 환자들은 자신을 탓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러한 자책이 우울증을 더욱 깊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반면, 미국 환자들은 외부 환경을 원인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환자의 치료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정신과에서의 문화적 차이
한국인의 정신과 서비스 이용 저조
한국인,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정신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나 교수는 이를 유교적 문화에서 오는 정신 건강에 대한 편견과 꺼림칙함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한국에서는 정신 건강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한국 환자들은 자신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더라도 이를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정신 건강 문제가 비교적 더 개방적으로 다루어집니다. 백인들은 상대적으로 정신과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외부 원인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사회적 환경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책과 외부 귀인
한국인의 자책 문화
한국 환자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자신이 '의지가 약하다'고 판단하여 자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어릴 때부터 학업이나 직장 생활 등에서 강하게 훈련된 결과로,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스스로의 책임으로 돌리는 습관이 형성된 것입니다. 나 교수는 이러한 태도가 한국 환자들에게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더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합니다.
한편, 미국 환자들은 문제를 외부 요인에 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미국 환자는 마약 중독에 빠지게 된 원인으로 '업무 환경의 스트레스'를 꼽았으며, 그가 주당 50시간 일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 요인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 교수는 이러한 사례를 들며, 한국인과 미국인의 일에 대한 역치가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문화적 차이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한국인의 높은 역치
한국인은 어린 시절부터 높은 수준의 학업과 직장 생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고된 환경에서도 '나만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나약함을 자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정신 건강 문제를 외부로 표출하지 못하고 내면화하여 더욱 심각한 고통을 겪는 원인이 됩니다.
미국인의 외부 요인 탓하기
미국 환자들은 자신이 겪는 정신 건강 문제의 원인을 외부 환경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는 스트레스와 업무 환경 등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을 보여주며, 한국인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냅니다. 미국 환자들은 자신이 겪는 고통을 자신의 의지나 능력 문제로 보지 않고, 외부 요인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어 비교적 더 빠른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의지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의지와 우울증의 관계
우울증을 의지로 극복하려는 시도는 잘못된 접근입니다. 나 교수는 의지로 우울증을 극복하는 것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의지로 낫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우울증은 생물학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으로, 단순히 강한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마이클 펠프스와 유명 배우 드웨인 존슨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들은 강한 의지를 가진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그 심각성을 뒤늦게 깨닫고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는 우울증이 단순히 의지 부족으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우울증의 증상과 발현 양상
짜증과 화도 우울증의 증상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우울한 기분이지만, 쉽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것도 우울증의 한 증상일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남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양상으로, 남성들은 우울증을 드러내는 것보다 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사회적인 압박감과 함께 우울증을 숨기려는 경향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우울증의 9가지 증상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총 9가지입니다. 그 중에서도 자살에 대한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증상입니다. 자살 생각이 단순히 적극적인 자살 계획뿐만 아니라,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소극적인 생각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전에 즐거움을 주었던 활동에서 더 이상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우울증의 중요한 증상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적 관계나 취미 생활 등에서 나타나며, 이는 개인의 일상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울증과 유전
가족력과 우울증의 관계
우울증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은 확실히 존재합니다. 가족 중 우울증을 겪은 사람이 있을 경우,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약 2배 정도 높아지지만, 이것이 반드시 우울증에 걸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울증은 생물학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유전적 요인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우울증의 전염성
우울증을 감정의 전염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 주변 사람들 역시 정서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과 함께 생활하면,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커지며, 이는 주변인들의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울증이 호전될 때의 위험성
호전될 때의 자살 위험
우울증이 심각한 경우, 환자는 자살 생각이 들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길 기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울증이 조금씩 호전되면서 자살 생각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에너지가 회복되기 시작할 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입니다. 이때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자살 신호 포착하기
자살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신호를 보냅니다. '죽고 싶다'는 언어적 표현부터 SNS에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거나, 소중한 물건을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호들을 미리 포착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변에서 이러한 신호를 감지하면, 즉시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환자를 혼자 두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울증 예방을 위한 작은 습관들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우울증이나 불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 작은 습관들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수면, 적당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은 신체와 정신 건강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자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한 습관입니다. 평소와 다르게 기분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거나, 불안감이 커질 때는 이를 인지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산책이나 취미 활동 등 자신을 기쁘게 하는 활동을 통해 기분을 조절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한국 사회에서의 정신 건강 인식 변화 필요
한국의 엄격한 사회적 기대와 그로 인한 압박
한국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완벽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많이 받습니다. 이러한 압박은 정신 건강 문제를 숨기고 혼자서 해결하려는 경향을 더욱 강화시킵니다. 나 교수는 한국 사회가 이러한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에게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회라고 믿지만, 정신 건강 문제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더 많은 감정적 대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우울증에 대한 낙인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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