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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인간은 어떻게 더위에 적응하면서 진화해왔을까?

by 작은비움 2024.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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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G8Dsqn_Ufns

 

인간은 어떻게 더위에 적응하면서 진화해왔을까?

서론

2023년은 인간이 지구에서 겪은 가장 뜨거운 한 해였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폭염 피해가 속출하고 기온 관련 수치들이 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열돔 현상으로 산불이 자연 발화되었습니다. 캐나다 전역에서 발생한 이 산불은 무려 5개월 가까이 진행되면서 북아메리카의 대기를 크게 오염시켰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열대 우림 지대가 말라붙었고 플로리다키스 제도의 바다는 물고기가 익어버릴 정도로 달아올랐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대기 중 이산화 탄소 농도는 2023년 5월에 424 ppm에 달하며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는 지난 80만 년을 통틀어 최고 수치입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많아진다는 건 열도 더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과연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열은 얼마나 위험할까요? 오늘날 더위의 심각성을 이해하려면 과거의 더위를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우리가 어떤 식으로 더위와 함께 살아왔는지, 더위에 적응하기 위해 어떻게 몸을 덮이거나 시키는 방법을 진화시켜 왔는지 등을 알아보면 인간과 열의 특별한 관계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열의 기원과 생명의 시작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나아가 우주의 모든 사물이 열에 의해 태어나고 죽고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이는 아득히 먼 옛날부터 비롯된 얘기입니다. 원래 열이란 사물의 시작과 때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38억 년 전, 빅뱅의 순간에 발생한 뜨거운 열로 최초의 입자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열 덩어리는 계속 팽창하면서 온도가 낮아졌고, 그에 따라 입자들이 무리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입자들이 뭉쳐 별이 되고 행성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100억 년 뒤에 태양계가 탄생하고 태양계의 세 번째 행성인 지구는 골디락스 존에 위치한 덕분에 따뜻한 바다를 갖게 되었습니다.

원시 지구의 바다는 거대한 화학 실험실과 같았습니다.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이 주변의 유기물들을 가열하면서 갖가지 화학적 결합이 만들어졌습니다. 실험 기간이 수억 년에 접어들자 마침내 RNA 분자들이 자라났습니다. RNA는 점점 복잡한 형태가 되어 서로 꼬인 DNA 만들어지고 단백질이 생성되었습니다. 이 분자들이 자기 복제를 시작하면서 지구는 갑자기 생명의 활기가 도는 곳이 되었습니다.

 

변온 동물과 정온 동물의 진화

열과 함께 탄생한 생명체들에게 당면한 문제 역시 열이었습니다. 지구 생명체들은 급변하는 기온에 적응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들이 택한 첫 번째 전략은 주변 온도와 동기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초기 생명체들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외부의 온도에 맞추어 체온이 변하는 쪽으로 진화해 나갔습니다. 체온을 높여야 할 경우엔 양지 바른 곳에서 햇빛을 쬐는 식으로 몸을 덮였습니다. 이러한 열 관리 방식은 오늘날 개구리, 도마뱀, 악어를 비롯한 모든 파충류와 양서류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변온 동물이라 부릅니다.

처음 35억 년 동안은 이 변온 방식만 존재했습니다. 그러다가 약 2억 6천만 년 전에 완전히 새로운 열 관리 방식이 등장했습니다. 몇몇 동물들이 자신의 몸을 자그마한 난로로 만들어 내부 온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들은 외부의 온도 변화와 상관없이 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인간을 비롯해 개, 고양이, 고래 등 지구상의 모든 포유류와 조류가 이 방식을 씁니다. 이들을 정온 동물이라 부릅니다. 정온의 탄생은 진화의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사건입니다. 정온 덕분에 포유류와 조류가 번성할 수 있었고, 결국 두 발로 걷는 영장류가 출현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진화와 땀샘의 역할

지금으로부터 3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초원 지대에서 영장류 하나가 몸을 똑바로 세워서 걷고 있었습니다. 그 영장류는 320만 년 뒤에 화석으로 발견돼 루시라는 이름을 얻게 될 겁니다. 루시가 살았던 시대의 기후는 빠르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울창한 우림이 자취를 감추고 뜨겁고 건조한 초원 지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3~400만 년에 걸쳐 일어난 것이지만, 지질학적 시간으로 보면 순식간에 다름 없습니다.

당시 동아프리카의 환경은 마치 영화 타잔의 배경에서 라이온킹의 배경으로 순식간에 바뀐 것과 같습니다. 루시는 어쩔 수 없이 초원에서 먹을 것을 구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초원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체온이 급격히 올라갔습니다. 우림과 달리 초원에서는 햇빛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몸속에 과도한 열을 재빨리 방출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초원에서 오랫동안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루시와 그 후손들은 마침내 새롭고 강력한 냉각 시스템을 진화시켰습니다. 그것은 바로 땀샘입니다.

수많은 포유류의 모낭에는 아포크린샘이라는 땀샘이 있습니다. 이 땀샘에서는 우리 땀처럼 묽은 물이 아니라 비누거품처럼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옵니다. 끈적한 액체라고 열 방출에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겠지만 많은 양의 열을 재빨리 발산하는 데는 별 소용이 없습니다. 아포크린샘보다 훨씬 효율적인 땀샘은 에크린샘입니다. 에크린샘이 분배하는 액체는 99.5% 물입니다. 우리 몸이 너무 더워지면 에크린샘에서 물이 흘러나와 피부를 적십니다. 이 물이 증발하면서 피부가 식고, 피부 아래에서 순환하는 피도 함께 식습니다. 이렇게 식은 피가 몸을 순환하면서 체온을 떨어뜨립니다. 단순하면서도 기막히게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입니다.

우리 인간의 땀샘은 대부분 에크린샘입니다. 아포크린샘은 겨드랑이와 음부의 일부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우리와 촌수가 가까운 침팬지와 고릴라는 에크린 샘과 아포크린 샘이 2대 1의 비율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 외 많은 포유류들이 주로 아포크린샘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크린 샘이 부족한 동물들은 입을 벌리고 혀를 헐떡이는 식으로 열을 방출하기도 합니다. 오늘날 인간의 몸에 있는 땀샘의 수는 자그마치 200만 개가 넘습니다.

 

털과 땀의 관계

그 많은 땀샘이 우리 몸에 고루 퍼져 있는 건 아닙니다. 가장 많이 분포한 곳은 손, 발, 얼굴이고 가장 적게 분포한 것은 엉덩이입니다. 몸의 중앙보다 몸에서 뻗어나온 부분에 땀샘이 더 많기 때문에 수분을 더 빨리 방출할 수 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인간은 시간당 약 1리터까지 땀을 흘립니다. 하루 종일 11리터의 땀을 흘리기도 합니다. 이는 침팬지가 흘리는 땀보다 열 배나 많은 양입니다. 땀샘이 끝이 아닙니다. 땀샘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또 한 번의 진화적 도약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털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온몸을 뒤덮은 수북한 털은 땀샘의 몸 적시기 전략을 방해하는 방해꾼입니다. 털이 땀에 젖으면 무겁게 축 처져 몸의 열이 효율적으로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우리 몸에서 털이 빠지고 에크린샘이 발달한 것은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입니다. 아프리카 대초원의 포식자들은 단거리를 빠르게 질주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장거리 주자는 되지 못했을 겁니다. 더위 속에서 계속 질주하면 반드시 중간에 멈춰 숨을 헐떡이며 열을 방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인간은 달리는 도중에도 열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딘가로 이동하는 동시에 땀을 한 바가지나 흘립니다. 이처럼 뛰어난 냉각 시스템을 발전시킨 덕분에 인간은 더 멀리까지 사냥을 나갈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장거리 여행에 오르며 대륙도 건너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류의 번영은 열에 치열하게 적응한 끝에 찾아온 결과입니다.

기후 변화와 현재의 도전

지금으로부터 약 5,600만 년 전, 지구 역사에서 가장 급격한 온도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팔레오세-에오세 극열기로 불리는 이 시기에 화산이 대규모로 폭발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 탄소와 메탄 농도가 높아지고 기온이 급상승했습니다. 해수면이 높아지고 대양이 산성화되며 생물 상당수가 서식지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급격한 기후 변화도 천 년 이상이나 지속된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인간은 엄청난 양의 화석 연료를 불태우며 지난 100년 만에 팔레오세-에오세의 기록을 뛰어넘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생명체들은 이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초고속의 기후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마 이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겁니다. 우리 몸은 이처럼 빠른 열 변화에 진화적으로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에어컨과 의료 기술로 더위를 버틸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한계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기후 변화는 단지 더위를 잘 참아내느냐 하는 문제만은 아닙니다. 극단적인 더위는 식량, 질병, 경제, 외교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불러옵니다. 보고에 따르면 2024년에 더위와 가뭄으로 전 세계 농경지의 최소 4분의 1이 작황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대표적인 열병인 댕기열 감염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늘었으며, 미국에서는 모기 떼로 인해 말라리아가 생겨났습니다.

바다생물이 떼죽음을 당하거나 농작물 생산량이 갑자기 반감되고 감염병이 자주 발발하는 세상에서 어떤 사회 문제가 폭발할지 모릅니다. 땀샘과 탈모가 아닌 새로운 열 관리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과거의 인류가 생물학적 열 관리 시스템으로 더위를 이겨냈다면, 지금의 인류는 사회적, 정치적 시스템으로 더위를 이겨내야 할 겁니다. 탄소 배출을 극적으로 줄이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노력이 결실을 거둔다면 지구는 계속 골디락스 존에 머물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인류가 선택하는 새로운 열 관리 전략이 다시 한번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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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폭염, 기후변화, 진화, 인간, 땀샘, 열관리, 기후위기, 환경문제,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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