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치에 혜성처럼 등장한 피타 림짜른랏(Pita Limjaroenrat)

태국 국민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어제 말했고, 저는 당신이 저를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모두를 위한 총리가 될 준비가 돼 있습니다.

피타 림짜른랏 행동전진당 대표

 

총선 결과 발표후 지지자들에게 손 흔드는 피타 (나무위키)

 

태국 정치인에게 군주제 개혁 언급은 사실상 금기입니다. 잘못하면 왕실 모독죄로 기소될 수 있습니다. 군 입대는 청년들이 제비 뽑기를 통해 결정됩니다. 제비뽑기를 하지 않고 자진 입대하면 2년 복무기간 중 6개월을 줄여줍니다. 태국은 성 소수자(LGBT)가 차별받기보다 우대받는 사회지만, 동성 간 결혼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행동전진당(Move Forward Party)은 이들 3가지 이슈에 대한 제도개혁을 약속했습니다. '군주제 개혁' '징병제 개혁' '동성 간 결혼 허용' 등 예민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지난 5월 14일 태국선거에서는 예상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야당의 승리는 예상되었지만, 총 500석을 선출하는 하원의원 선거에서 범야권의 양대 정당이 300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했고, 야권 제1당을 40대 초반의 피타 림짜른랏(Pita Limjaroenrat, พิธา ลิ้มเจริญรัตน์)이 이끄는 ‘행동전진당(Move Forward Party)이 차지한 것이 그것입니다. 현재 태국의 뉴스는 피타와 피타가 이끄는 행동전진당에 관한 것들로 온통 도배되고 있습니다.

 

 

1. 피타 림짜른랏은 누구?

피타 림짜른랏은 1980년 9월 5일 태국에서 태어난 42세의 정치인입니다. 그는 탐마삿 대학교에서 재무학 학사 학위를, 하버드 대학교 존 F. 케네디 스쿨에서 공공 정책 석사 학위를, MIT 슬론 경영 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2019년 태국 총선에서 하원의원으로 선출되기 전에 Grab Thailand의 전무이사였습니다.

 

피타 림짜른랏은 1980년 9월 5일 태어났습니다. 현재 42세입니다. 아버지는 전 농업협동조합 장관의 고문이었던 퐁삭 림짜른랏으로, 전 내무장관 비서이자 탁신 칫나왓 당시 총리의 측근 보좌관이었던 파둥 림짜른랏의 조카입니다.

 

피타는 11세 때 아버지의 권유로 뉴질랜드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그 후 태국으로 돌아가 탐마삿 대학에서 재무학으로 학사, 하버드 대학 행정대학원인 John F. Kennedy School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그리고 2011년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습니다.

 

25세 나이에 아버지가 사망하자, 가족이 운영하는 미강유(쌀겨 기름) 사업인 Agrifood의 CEO를 잠시 맡아 운영했습니다. 그 후 다시 석사학위를 마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갔고, 석사학위 취득 후 2017년부터 2018년까지 Grab Thailand의 전무이사를 역임했습니다.

 

피타는 처음에 미래전진당(Future Forward Party, 태국어 : พรรคอนาคตใหม่ 팍 아나콧 마이)의 일원으로 합류했고, 2019년 태국총선에 출마하여 하원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그 후 소속 정당이 법률위반으로 해산되자, 해산된 정당의 다른 54명과 의원들과 함께 행동전진당(Move Forward Party, 태국어 : พรรคก้าวไกล 팍 카오 클라이)을 창당하고 대표가 되었습니다.

 

2012년 12월 여배우 추티마 티파낫과 결혼 후2019년 이혼했고, 슬하에 딸 '피핌'을 키우고 있습니다.

 

 

2. 태국의 정치 상황 : ‘탁신과 反탁신’이란 정치 구도

태국은 군주제가 지배하는 입헌군주국입니다. 국가 원수는 국왕이며, 총리는 정부의 수반입니다. 현재 총리는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입니다.

태국의 정치는 군부와 왕실이 지배해 왔습니다. 군부는 1932년부터 1973년, 1991년, 2006년, 2014년에 총 5번의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왕실은 태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군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2000년 재벌 출신으로 포퓰리즘 언어를 구사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는 소외되었던 북동부 이싼 지역 농민과 도시 빈민층을 동원해 압도적인 선거 승리를 이끌어 냈었습니다. 무섭게 확장되는 탁신의 지지세를 보며 위기의식을 느낀 태국의 전통적 엘리트층은 왕실을 옹위한다는 명목으로 결집했고, 친(親) 탁신과 반(反) 탁신은 ‘레드셔츠’와 ‘옐로셔츠’를 결성해 거리에서 맞서 싸웠습니다. 이에 태국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군부는 2006년 쿠데타를 일으켜 탁신을 제거했습니다.

 

하지만 탁신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이 총리에 당선되면서 탁신 문제는 계속되었고, 군부는 2014년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도 축출했습니다. 탁신 대 반탁신 구도는 여전히 태국 정치를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도 탁신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36)이 탁신계 정당인 푸아타이당(For the Thai)을 이끌며 유력 야당 정치인으로 부상했고,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는 프아타이당이 제1당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행동전진당의 전신인 미래전진당이 탄생했습니다. 2018년 당시 40세의 젊고 부유한 엘리트인 ‘타나톤 쭝룽르앙깟’이 창당한 미래전진당은 태국의 불평등을 공격하며 청년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제3당의 지위를 차지했지만, 헌번재판소에서 당수 타나톤의 미디어 기업 지분 소유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박탈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이는 태국 국민들의 기득권에 대한 반감을 불러왔고, 당의 해산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점검 급진화되어 태국 왕실을 비판하기에 이르렀으며, 일부가 형법 112조 왕실 모독죄로 처벌받기도 했습니다.

 

2020년 태국 시위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탁신과 군부의 알력에 관심을 갖기에는 너무 어렸던 청년층이 정치적 의식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습니다. 태국 청년층은 기득권에 맞선다고 주장하는 탁신에 대해서도 부패한 재벌이라는 이유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가 잦았고, 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레드셔츠와 옐로셔츠의 대립에 대해서도 무관심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탁신 대 반탁신 구도와 무관한 미래전진당의 개혁 요구, 그에 대한 쁘라윳 정권의 억압은 청년층을 빠르게 반군부 세력으로 몰려가게 만들었습니다.

 

 

3. 피타에게 남겨진 과제

피타가 총리가 된다면, 군부와 왕실의 권력에 도전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또한 경제 불평등, 빈곤, 부패 등 태국이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행동전진당은 2023년 5월 치러진 총선에서 151석을 차지하여 제1당이 되었습니다.(기존 51석). 방콕에서는 33석 중 무려 32석을 차지했습니다. 탁신의 막내딸 패통탄(36)이 이끄는 푸아타이당(For the Thai)은 142석에 그쳤습니다. 여당인 군부 정당들은 예상대로 낮은 득표율을 보였습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쁘라윳 짠오차(69) 총리가 이끄는 루엄타이쌍찻당(UTN)과 쁘라윳 웡수완(78) 부총리의 빨랑쁘라차랏당(PPRP) 등 군부 정당들은 77석에 그쳤습니다.

 

향후 관건은 총리 선출인데, 태국은 상원 250석을 군부가 지명하는 체제입니다. 반군부 성향의 야권 연합의 경우 연정에 참여할 것이 확실시되어 309석 정도를 이미 확보되었지만, 민주화 세력에서 총리를 선출하려면 396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전히 숫자가 모자라, 캐스팅보트 격인 중도 포퓰리즘 성향의 품차이타이당(Proud of Thai)의 합류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아누틴 찬위라꾼(56) 보건부장관이 이끄는 품차이타이당은 현 군부 연립정당에 참가했지만, 총선 민의에 따라 행동전진당·프아타이당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타가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총리에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기득권 세력인 군부와 왕권 옹호 세력의 방해를 뚫고 그가 내건 공약을 시행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특히 군주제개혁은 쉽지 않습니다. 지난 2020년 민주화 시위 때도 '군주제개혁'이슈를 꺼내 들자 국민들이 둘로 나눠졌습니다. 당장 의회의 '왕실 모독죄(형법 112조)' 개정을 왕실과 군부가 용납할지도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이런 개혁의 신호가 역사를 전진시킨다고 믿습니다. 태국과 피타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후기 : 태국이 부럽다는 생각은 태국 음식 먹을 때 빼고는 없었는데, 우리도 이런 멋진 정치인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자료

 

위키피디아, 2023.5.20., Pita Limjaroenrat

나무위키, 2023.5.20., 태국/정치

시사저널, 2023.5.20., 태국 청년들이 보여준 정치 혁명[임명묵의 MZ학 개론]

KBS News, 2023.5.15., 태국총선, 개혁 야당이 압승했는데 권력은 또 군부가? [특파원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