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치의 독특한 진화 과정- 넙치의 얼굴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ft.넙치의 진화)

https://www.youtube.com/watch?v=KGMJzJpw6cw&t=45s

넙치의 독특한 진화 과정

넙치, 또는 광어로 잘 알려진 이 물고기는 그 생김새가 상당히 독특합니다. 일반적으로 물고기라 하면 좌우 대칭을 이루는 경우가 많지만, 넙치는 한쪽으로 눈이 쏠리고, 지느러미도 좌우가 아닌 위아래로 흔들며 헤엄칩니다. 이러한 특이한 생김새는 넙치의 진화 과정에서 어떻게 나타났을까요?

넙치의 발생 과정

넙치는 부화 직후에는 좌우 대칭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3주가 지나면서 한쪽 눈이 반대편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약 한 달 후에는 그 얼굴이 완전히 변형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진화론의 창시자인 다윈조차도 난색을 표할 정도로 기괴한 현상입니다.

특히 1871년 영국의 생물학자 도집이 바튼은 넙치의 한쪽 눈이 점차 반대편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점진적으로 일어난다고 가정했을 경우, 중간 단계에 있는 종들은 생존에 있어 어떤 이점도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다윈 또한 이 의견을 받아들여 넙치의 눈 진화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넙치 조상 중 일부가 천적을 피하기 위해 바닥에 가라앉아 생활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쪽 눈이 반대편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이러한 형질이 후대에 유전되어 현재의 넙치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20세기 초 진화론과 넙치

20세기에 들어서도 넙치의 진화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습니다. 1933년 미국의 유전학자 골드슈미트는 넙치의 진화가 점진적이지 않고 우연한 돌연변이에 의해 급격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관련 유전자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점진적 진화론이 정설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대칭적인 눈에서 비대칭 눈으로 넘어가는 중간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넙치의 진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습니다.

프리드먼의 발견

그런데 2008년, 시카고 대학의 대학원생인 매트 프리드먼은 넙치 진화의 비밀을 풀어줄 증거를 발견합니다. 그 열쇠는 5천만 년 전에 살았던 암피스틈이라는 물고기 화석이었습니다. 이 화석은 평범해 보이는 물고기였지만, 프리드먼은 이 물고기가 넙치와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유럽 전역을 돌며 여러 암피스틈 화석들을 CT로 스캔하였고, 놀라운 결과를 얻게 됩니다. 반대편 눈의 위치가 머리 위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 화석은 좌우 대칭 물고기에서 넙치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의 종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진화의 과정과 생존의 이점

프리드먼은 이러한 화석 증거를 통해 넙치가 단순한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좌우 대칭인 경골 어류에서 한쪽 눈이 머리 위로 올라가는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까지 점진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점진적 변화가 생존에 어떤 이점을 주었을까요? 과학자들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님포크로미스 리빙스톤이라는 물고기에서 단서를 찾았습니다. 이들은 몸을 바닥에 옆으로 눕힌 채 죽은 척하며 먹잇감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사냥을 합니다. 바닥에 눕는 행동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넙치의 조상도 비슷한 방식으로 바닥 생활을 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렴 진화의 결과

리처드 도킨스는 넙치와 가자미의 진화가 서로 다른 개통에서 시작되었음을 지적합니다. 넙치와 가자미는 몸이 세로로 긴 경골 어류에서 유래한 반면, 가오리는 몸이 좌우로 넓은 조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넙치가 바닥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몸을 눕힌 채 눈의 위치만 바꾸는 것이 단기적으로 유리하였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넙치와 가자미는 다른 개통이지만, 수렴 진화의 결과로 행동과 외형이 비슷하게 진화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분자적 관점에서의 진화

최근 연구에서는 넙치 배아의 피부에서 색소의 비대칭이 넙치의 눈 주변 세포 형성에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한쪽 눈이 점차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분자적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논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넙치의 진화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의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결국, 넙치의 진화 과정은 과학자들에게 많은 질문을 남기며, 이 생물의 독특한 생김새와 생태적 적응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결론

넙치의 독특한 진화 과정은 단순한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생물학적,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과정입니다. 이러한 진화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생물학적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며,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과학은 세상을 보는 창이며, 넙치의 진화는 우리가 진화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아직도 배워야 하는지를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