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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은 철학적 사고와 과학적 탐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존재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진짜'로 간주하며, 무엇을 허구로 여기는가? 이 질문은 오래된 철학적 주제지만, 독일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저서 허구의 철학은 이 질문에 대해 신선하고 급진적인 관점을 제시합니다.
가브리엘은 우리가 믿고 있는 많은 것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반대로 허구로 간주되는 것도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를 '의미장 존재론'이라는 독특한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모든 대상은 특정한 '의미장'(Field of Sense) 안에서만 존재하며, 이로 인해 세상은 단순한 실재의 집합체가 아닌 복잡하고 다층적인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 철학에서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
물리적 실재와 허구적 존재의 구분
기존 철학적 사고에서 우리는 물리적 세계와 허구적 세계를 명확히 구분하려 했습니다. 예를 들어, 돌, 나무, 강과 같은 물리적 대상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간주됩니다. 반면, 유니콘, 천국, 신화적 영웅 같은 것은 허구로 치부됩니다. 이러한 구분은 우리의 경험적 관찰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현대 과학 또한 이를 뒷받침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물리적 대상도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존재가 상대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의 물리학에서는 '에테르'가 존재한다고 믿었지만, 현대 물리학은 그 존재를 부정합니다. 이처럼 존재는 우리의 믿음과 지식 체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의 픽션론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종교, 국가, 기업과 같은 개념이 인간이 집단적으로 동의한 픽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개념들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하라리는 여전히 물리적 세계가 인간의 믿음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전제합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의미장 존재론
모든 존재는 특정한 '의미장' 안에서만 존재한다
가브리엘은 전통적인 철학적 실재론을 비판하며, 모든 것은 특정한 의미장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유니콘은 물리적 대상의 의미장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신화와 전설이라는 의미장에서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가브리엘은 세상을 단일하고 절대적인 실재로 보는 관점이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무시하는 오류라고 봅니다. 그에 따르면, 모든 대상을 포괄하는 '세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라는 개념 자체가 하나의 허구일 뿐이며, 우리는 오직 다양한 의미장 안에서 존재하는 것들을 인식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의미장의 특징과 다양성
각 의미장은 고유한 규칙과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리적 대상들의 의미장은 과학적 관찰과 검증을 통해 정의됩니다. 반면, 신화적 존재나 문학적 인물은 그들만의 맥락에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은 소설이라는 의미장에서 존재하며, 그 안에서만 그의 성격, 행동, 정체성이 유효합니다.
절대적 존재는 없다
가브리엘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의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이는 우리가 어떤 대상을 모든 의미장에서 동시에 존재한다고 증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현대 국제사회라는 의미장에서 존재하지만, 신화적 세계나 과거의 역사적 의미장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형이상학적 실제론의 한계
과학적 실재론에 대한 비판
가브리엘은 현대 과학이 주장하는 '근본적인 실재'라는 개념 또한 하나의 형이상학적 신화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중력은 과거에는 물리적 힘으로 간주되었지만, 지금은 시공간의 휘어짐으로 설명됩니다. 이처럼 과학적 지식은 시대에 따라 변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근본적 실재는 항상 가변적입니다.
실제와 허구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의 주장은 실제와 허구의 경계가 우리의 인식과 관점에 따라 가변적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한 시대에 실제로 간주되었던 것이 다른 시대에는 허구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에테르, 마녀, 우주의 중심 등은 과거에는 실제로 믿어졌지만, 지금은 허구로 간주됩니다.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갖는 의미
가브리엘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실제하는 것과 마주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대상이 존재하려면, 그 대상에 대한 진실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 남성이라는 사실은 소설이라는 맥락에서 진실로 받아들여집니다. 반면, 그가 여성이라고 주장한다면 이는 거짓으로 간주될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허구적 대상도 일정한 조건 하에서는 실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브리엘 이론의 의의와 한계
현대 철학에 던지는 새로운 관점
가브리엘의 의미장 존재론은 우리가 존재를 이해하는 방식에 큰 전환점을 제공합니다. 그는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기보다, 다양한 관점과 의미장 안에서 존재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이론의 복잡성과 실천적 한계
그러나 그의 이론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있어 다소 추상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적 판단이나 과학적 연구에서는 여전히 절대적 기준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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