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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경비원이 된 뉴요커, 패트릭 브링리가 말하는 명화 감상법: 왜 우리는 미술관에서 울게 되는가

by 작은비움 202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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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euf1yKv9BBo

화려한 출세 코스를 버리고 미술관 경비원이 되다

패트릭 브링리는 뉴욕의 저명한 잡지사 ‘뉴요커’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꿈의 직장을 내려놓고 전혀 다른 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라는 길을 택합니다.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그의 이야기에는 삶의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동생이 병에 걸리고, 병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화려한 오피스의 삶과 너무도 큰 대비를 이루었습니다. 소중한 이의 죽음 앞에서 그는 '일'이라는 개념보다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습니다. 그렇게 그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하루 종일 그림 앞에 서 있는 경비원이 됩니다.

미술관은 단순히 '예술을 보는 곳'이 아니다

패트릭은 말합니다. “미술관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공간이 아니라, 생각하고 감정을 마주하는 공간”이라고. 그의 책은 단순한 예술 해설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미술작품과 개인의 감정, 기억, 상처가 어떻게 만나는지를 보여주는 감성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동생의 장례 후,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방문한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의 일화입니다. 그의 어머니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그 장면을 본 패트릭도 갑자기 눈물을 터뜨립니다. ‘왜 갑자기 울었는가?’ 그 답은 명화가 우리의 상처에 조용히 닿기 때문입니다. 우리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감정을 끌어올려 주는 것이 미술이 가진 진짜 힘입니다.

오래된 그림이 왜 지금의 나를 울리는가

그는 “14세기 이탈리아에서 그려진 그림이지만, 우리가 여전히 느끼는 고통과 상실을 말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의 화가들도 결국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루고 있었기에, 우리는 그들과 정서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가 오랜 시간 서서 바라보았던 브뢰겔의 ‘수확하는 사람들’(The Harvesters)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닙니다. 고된 노동 후 나무 밑에서 쉬는 농부들, 식사를 나누는 모습은 ‘이 거대한 세계 속 작은 존재로서의 우리’에 대한 사색을 불러일으킵니다.

미술이 감동을 주기 어려운 이유? 시간과 감정의 교류가 부족해서

우리는 음악이나 영화처럼 강한 감정선이 있는 매체에는 쉽게 감동합니다. 하지만 미술은 정적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왜 그림 앞에서는 감동받기 힘든가”라고 말합니다.

패트릭은 여기에 중요한 힌트를 줍니다. 그림 앞에서 멈추고 조용히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아, 이거 로스코네? 그냥 직사각형 색깔이잖아’ 하고 지나가면 그 그림은 아무 일도 일으키지 못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한참을 바라보면, 색의 진동이 몸 안을 울리듯 들어오고, 그 감각은 우리의 감정과 섞여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경비원의 눈으로 본 미술관의 진짜 가치

그는 또한 말합니다. “화려한 정장과 타이, 멋진 직함이 사람의 깊이를 말해주는 건 아니다.” 미술관 내에도 화려한 위치가 있지만, 그 ‘지하 전시실’처럼 빛을 보지 못하는 공간에도 아름다운 작품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 인생에서 주목받지 못한 순간, 또는 드러나지 않은 내면의 자아가 진짜 보석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한국에서 느낀 또 다른 감동: 고려 보살상 앞에서의 사색

그는 최근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며 7~8세기 보살상 두 점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왜 이게 중요한 문화재인지 모르겠더라’고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미소와 자세, 발끝의 긴장감까지 모두가 이야기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경비원이 되어 배운 감상의 기술은, 한국의 고대 조각 앞에서도 똑같이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사진이 아닌 ‘지금 보는 경험’이 중요한 이유

그는 오늘날 사람들이 ‘모든 것을 사진으로 저장하려는 강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때로는 그저 눈으로 바라보고, 마음으로 음미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꼭 남겨야만 의미 있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의 감각을 충분히 누리는 것이 더 깊은 감동을 줍니다.

결론: ‘감상’은 기술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패트릭 브링리는 예술 감상의 핵심은 ‘정보’가 아니라 ‘시간’과 ‘감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림 한 점 앞에서 조용히 서 있는 것, 그 자체가 감상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미술관뿐 아니라 우리 일상 속 풍경에서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한 점의 그림 앞에서, 또는 창밖 풍경 앞에서 조용히 서 보는 것. 거기에서 우리는, 그동안 놓치고 있던 감정과 삶의 깊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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