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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고라니의 90%가 한국에? 멸종 위기 동물이 너무 많은 나라
고라니는 멸종 위기종입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 고라니의 무려 90%가 한국, 그것도 남한 땅에만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굉장히 아이러니합니다. 멸종 위기라면 보통 개체수가 희귀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너무 많아 '잡아도 된다'는 허가까지 난 상황이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에는 고라니의 천적이 거의 전멸했기 때문입니다.
늑대, 표범, 호랑이, 스라소니 등 과거 고라니를 위협하던 육식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대신 남은 포식자는 삵, 오소리, 수리부엉이 정도로, 고라니를 효율적으로 사냥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겨울이 따뜻해지고, 산림이 녹화되면서 고라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뿔 대신 송곳니? 뱀파이어 디어의 정체
고라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뿔이 없다'는 점입니다. 보통 사슴과 동물은 뿔이 있지만, 고라니는 그 대신 뱀파이어처럼 길게 자란 송곳니를 가졌습니다. 이 송곳니는 수컷에게만 있으며, 주로 번식기 수컷 간의 경쟁에서 위협을 주기 위한 과시용으로 사용됩니다.
서양에서는 이 특이한 외모 때문에 고라니를 'Vampire Deer(뱀파이어 사슴)'라고 부릅니다. 고라니 말고도 사향노루도 이처럼 긴 송곳니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사향을 채취하기 위해 무차별 포획된 탓에 이미 절멸한 상태입니다.
고라니와 사슴은 공통 조상을 가지고 있지만, 진화의 방향이 달랐습니다. 고라니는 송곳니를 유지했고, 사슴은 송곳니 대신 뿔을 택했습니다. 사슴의 뿔은 해마다 빠지고 새로 자라며, 충격 흡수 능력과 시각적 위협 요소로 진화적으로 유리했습니다.
밤마다 괴성을 지르는 이유는 짝짓기 때문
고라니는 야행성 동물입니다. 그런데 밤에 "꺄아악!" 하는 괴성을 지르는 이유는 다름 아닌 번식기 때문입니다. 수컷은 소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암컷을 유인하거나 다른 수컷을 경계합니다. 괴성이 포식자를 불러올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짝짓기를 할 기회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한 생존 전략인 것입니다.
고라니는 기본적으로 단독 생활을 하며, 영역성이 강합니다. 소리는 자신의 영역을 알리는 역할도 하며, 포식자가 다가왔을 때 "나 너 봤어, 괜히 힘 빼지 말고 가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런 소리 전략은 아프리카의 영양이 펄쩍펄쩍 뛰며 "나 못 잡을걸?"을 보여주는 것과 유사합니다.
고라니 고기는 왜 안 먹게 되었을까?
한국 사람들은 고라니 고기를 거의 먹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히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고기의 맛과 향 때문입니다. 고라니는 활동량이 많아 근육질이고 지방이 적으며, 특유의 냄새가 강해 선호도가 떨어집니다.
반면 말고기는 지방도 많고 부드러우며, 철분 함량도 높아 풍미가 좋습니다. 고라니 고기는 질기고 퍽퍽하며, 손질도 어렵고 냄새도 심해 대중적인 고기로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왜 고라니는 늘고, 사슴은 줄었나?
고라니는 작은 몸집, 빠른 번식력, 그리고 인간 친화적 환경에 잘 적응한 덕분에 한국에서 개체 수가 폭증했습니다. 반면 덩치가 크고 활동 반경이 넓은 사슴은 도시화와 서식지 축소로 인해 자취를 감췄습니다.
특히 사슴의 뿔은 해마다 빠지고 자라는 구조이며, 이는 그 자체로도 생리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구조입니다. 고라니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의 송곳니를 유지하며 진화적 비용을 줄였습니다.
사슴 때문에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다?
놀랍게도 곰이나 늑대, 뱀보다 사슴 때문에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다고 합니다. 바로 교통사고 때문입니다. 특히 북미에서는 매년 약 150만 건의 사슴 관련 교통사고가 발생하며, 이 중 약 200명이 사망합니다.
사슴은 밤에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이는데, 강한 자동차 불빛에 눈이 마비되며 도망가지 못하고 얼어버리는 현상이 생깁니다. 초식동물의 눈은 원근감이 떨어지고 양쪽으로 위치해 입체시가 약하므로, 도로 위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덩치 큰 사슴일수록 사고의 치명성도 커집니다.
결론: 뱀파이어 사슴은 진화의 생존 전략이 만든 기묘한 산물
고라니는 한국 생태계에서 매우 특이한 존재입니다. 야행성, 무뿔, 송곳니, 괴성 등은 모두 진화의 결과이며, 그 배경에는 사라진 포식자, 따뜻해진 겨울, 인간의 도시화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고라니를 단순한 '괴성 짐승'이 아닌, 한국 자연환경의 변화와 생태계 불균형이 만들어낸 결과로 바라봐야 합니다. 멸종 위기종임에도 한국에서는 포식자 부재로 '과잉' 생존하고 있는 이 동물이야말로 자연과 인간 사이 균형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살아 있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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