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연일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안 변경의혹이 시끄럽습니다. 갑자기 종점을 변경한 것이 김건희 여사가 가지고 있는 토지의 지가 상승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의혹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핵심 쟁점만 정리해 봤습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을 계획된 길이 27km 정도의 작은 고속도로입니다. 건설 목적은 6호선 국도의 교통정체를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사업비는 1조 8천억 원 정도가 소요될 예정입니다.
양평에 위치한 두물머리를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물머리 근처의 교통정체는 정말 심각합니다. 양평은 서울에서 가깝고 산세가 좋아 맛집, 펜션, 세컨 하우스 등이 많습니다. 주말에는 야외활동을 즐기는 시민들로 교통량이 어마어마합니다.
양평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영동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 광주원주고속도로 다음으로 수도권을 동서로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되어 하남시, 광주시, 양평군 등지가 혜택을 입게 됩니다.
민주당 의혹 제기
원래 고속도로의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으로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이 계획에 대해서는 양평군민과 국토부의 의견이 일치하여 예비타당성 조사도 이 계획으로 통과됩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2023년 5월에 발표된 개정안에서는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선산과 토지들이 있는 양평군 강상면으로 종점이 바뀌게 됩니다.
예타가 통과된 뒤에 기존 안이 변경되려면 지자체와의 협의, 지역주민의 의견 수렴, 환경 평가, 타당성 조사 등 합리적인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국토부는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민주당에서는 노선 변경이 김건희 여사 일가 토지의 지가 상승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노선을 변경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원희룡 장관 및 국민의 힘 반박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하자, 주무 장관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종점 안 변경은 절차대로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했고, 변경된 종점 근처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부동산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방법도 없을뿐더러, 현재 변경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종점 인근 토지 토지는 진출할 수 있는 나들목(IC)이 없어, 김건희 여사 일가 토지의 지가를 상승시키지도 않는다는 답변을 합니다.
원희룡 "서울-양평 고속도로 전면 중단"..."민주당의 '김건희 악마 만들기' '가짜뉴스' 프레임 말릴 방법이 없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슈가 되자, 자신의 장관직과 정치생명을 걸뿐만 아니라, 아예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합니다. 하지만 이 발표는 하루 뒤에 민주당이 사과하면 다시 추진하겠다는 조건부 추진으로 바뀝니다.
"김건희 땅 몰랐다" 장관직 걸자‥"국감 때 들었잖나" 받아친 ...
서울-양평 고속도로, 민주당 ‘김건희 의혹’ 제기 사과하면 ‘재추진’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별다른 의견 없이 장관 개인의 의견이며, 국토부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선을 그어버립니다.
대통령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토부가 알아서 할 문제”
원희룡 “고속도로 백지화는 내 독자 결정…인사 책임까지 각오”
국민의 힘은 민주당 의혹 제기에 대해서 민주당의 허위날조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면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합니다.
김기현 "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특혜 의혹, 민주당 똥볼 찬 것"
국민의힘, 원희룡 '폭탄 발언' 주워담기···서울-양평 고속도로 재추진 시사
원희룡 장관, 국민의힘, 대통령실의 반응이 너무 급하게 바뀌고, 시시각각 새로운 뉴스가 나와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김건희 여사 일가 부동산 현황
김건희 여사 및 어머니인 최은순 씨의 부동산 투기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유명했습니다. 전국에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 토지들이 차명으로 되어 있거나, 취득, 개발 과정에 많은 불법이 저질러졌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강상면 토지 보유 현황
민주당 의혹제기 및 각종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일가(어머니 최은순, 오빠, 동생, 친척, 가족 회사 등)가 소유한 토지는 총 29개 필지에 3만 9394㎡(1만 1917평)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변경된 종점인 양평군 강상면 반경 약 5㎞ 안에 김건희 여사와 어머니인 최은순 씨, 김 여사의 언니와 남동생, 가족 회사 등이 땅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재산 공개 때 알려졌던 것보다 17개 필지가 더 많고, 12개 필지는 상속으로, 17개 필지는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불법 형질 변경 의혹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땅은 사실 지금 문제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2022년 10월 정기국회에서 더불어 민주당 한준호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시 원희룡 장관을 상대로 이 토지들이 불법적으로 형질 변경(지목이 임야에서 대지로 변경)된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원희룡 장관이 이것을 몰랐다는 답변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은,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양평군 토지가 임야에서 토지로 등록전환 되는 과정에서 산지전용 허가신청이 없었고, 형질변경이 금지된 고속도로 접도구역에서 지목변경이 이뤄지는 등, 특혜가 의심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임야보다는 토지가 비싸고, 토지 중에서도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 또는 잡종지가 비쌉니다. 따라서 임야를 대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산지 전용 신청이 있어야 하고,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허가관청에서 허가를 내줍니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일가 임야는 이러한 합법적인 절차 없이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임야를 대지로 변경한 후 지가는 20년 동안 56배 상승합니다.
만약 일반인이 산지전용 허가 없이 형질변경을 했다면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
김건희 여사 일가 전국 토지 보유 현황(추정, 민주당 주장)
그동안 김건희 여사 일가는 부동산과 관련한 많은 의혹을 받아 왔습니다. 대선 당시 민주당은 윤 후보의 인사청문회 제출 자료 및 장모 최씨의 부동산 압류 내역을 확인한 결과, 윤 후보의 처가가 보유한 부동산은 전국 17개 지역의 토지 49필지, 주택·상가 7개, 건물 1개 등 총 57개로, 면적이 19만1,300평(632,299㎡)에 달한다"면서 "공시지가 및 시가표준액으로만 합해도 약 340억원2,000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처가가 보유한 부동산은 미니 신도시급인 19만 1,300평으로, 이중 16만 8,875평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과 함께 부동산 취득과정에서 농지법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세금탈루 의혹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노선이 바뀌면 지가 상승이 가능한가?
고속도로가 들어선다고 인근 모든 토지의 지가가 상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고속도로 나들목(IC)의 위치입니다. 고속도로 진출입이 용이한 나들목(IC)은 물류단지, 산업단지, 주거지가 들어설 수 있어 토지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위치입니다.
강상면으로 종점이 변경될 경우 중부내륙고속도로의 남양평 나들목이 바로 연결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가 상승이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마치며
권력형 비리는 민주당 정권이건, 국민의 힘 정권이건 계속 있어왔습니다. 야당의 존재이유는 정권의 독재를 견제하는 것이고, 의혹이 있으면 당연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이것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입니다.
과거 문재인 정권하에서도 국민의 힘은 끊임없이 비리 의혹을 제기해 왔고, 국정감사나 특검을 통해 해결해 왔습니다.
문재인 정부 첫 특검…'드루킹 특검' 최장 90일 활동 / 연합뉴스...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종점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고 갑자기 변경된 것은 의혹의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변경된 지점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원희룡 장관은 자신의 장관직과 정치생명을 걸면서 의혹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예타 통과 후 1년여만에 노선이 변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듯이 김부겸 의원이 땅을 가지고 있다거나, 전직 민주당 소속 양평군수가 땅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의혹은 이 사건 본질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서울 양평 고속도로는 이미 2008년부터 추진되어 온 사업이었고,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친 사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 하고, 사업 계획을 세우며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온 사업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 사업이 왜 1년 만에 갑자기 변경되었느냐는 것입니다. 국토부와 양평군은 종점이 강상면이어야 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교통체증 해소 효과, 경제성, 환경영향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으로는 부족합니다. 명확하게 강상면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한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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