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
전주 하면 떠오르는 것은 비빔밥과 한옥 마을일 것입니다. 2012년부터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한 한옥 마을은 2017년 CNN에서 한국에서 가봐야 할 곳 10선에 선정되면서 한해 1,000만 명이 넘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년에 1번은 전주 한옥 마을을 찾는 편인데 매년 올 때마다 조금씩 다른 변화가 느껴져 흥미롭습니다.
전주 한옥마을 특징
한옥 마을을 처음 찾으시는 분은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있기 때문에 몇 분간만 검색해봐도 대략적인 정보를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한옥 마을은 크게 ‘경기전’과 ‘전동성당’ 사이에 있는 ‘태조로’를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업 시설이 태조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처음 방문했을 때 오목대에서 홍남문 교차로까지 몇 번 씩 왔다 갔다 한 경험이 생각납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태조로 외에 안 쪽에 숨어있는 고즈넉한 한옥들을 감상하는 것으로 관광 경험이 바뀌고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해져 버린 한옥 마을. 주말에는 전국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방문하는 단체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처음 왔을 때 느꼈던 편안함은 – 마치 어린 시절 외갓집에 온 것 같은 – 없고, 온통 신축한 한옥 민박, 공예점, 식당, 한복 대여점, 전동 오토바이 대여점만 눈에 뛰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전주 한옥마을 지도 : 경기전, 전동성당, 공영주차장, 오목대, 전주향교, 동문길
이번에는 주 중 늦은 오후에 방문했습니다. 널찍한 제 1공영 주차장에 차를 대고 천천히 동네를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뭔가 안정되지 않은 부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아직 코로나 여파가 끝나지 않았는지 길 모퉁이 상업 시설 일부는 공실 이고, 여기저기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곳도 많습니다.
한옥마을 오목대
편안함과 조용함을 느끼고 싶으면 태조로에서 위쪽에 있는 오목대에 오르는 것이 좋습니다. 한옥마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오목대에서 신선한 숲향기를 느끼는 것도 좋습니다. 오목대에서 전주향교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태조로 주변의 상업화된 한옥 보다는 옛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오래된 한옥들이 많습니다. 상업시설 가격도 약간 저렴합니다.
전주 향교
한옥 도서관
한옥 마을 방문할 때마다 새로 생긴 공간 들을 찾는 재미가 있는데, 이번에 찾은 곳은 ‘한옥도서관’ 입니다. ‘라한 호텔’ 맞은편 안쪽에 있는 한옥 도서관은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작고 귀여운 도서관입니다. 규모는 집 한 채 정도이며,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대문을 들어서면 눈 앞에 보이는 별채에 책 읽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대쳥 마루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좀 더 넓은 공간이 있습니다. 관리하는 분은 1분인데 이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한옥 도서관이라고 고리타분한 고서적 위주일 줄 알았는데, 새로 발간된 신간 서적 위주입니다. 오래된 고전도 최근에 번역된 신간 위주입니다. 철학부터 사회, 문화 등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들이 한 가득 입니다.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쁜 마음이 듭니다.
소장된 책들이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라 두고 두고 마음에 새기고 싶은 책들 위주입니다. 고전인 사서 삼경부터 그리스 철학, 현대 철학까지 다양합니다. 몇 장 읽다가 창 밖으로 보이는 한옥 담 벼락을 잠시 멍하게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앞으로 한옥 마을 방문할 때마다 매번 찾는 장소가 될 것 같습니다.
저녁시간 식사, 술 : 동문길
잠시 전주 시내 나갔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저녁 8시 쯤 다시 한옥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주중 8시에는 대부분의 식당들이 문을 닫거나 닫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 닫지는 않았지만 손님 하나도 없는 식당에서 눈총 받으며 빨리 먹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주변을 계속 돌아 보았지만 한옥마을 중심부에 있는 식당은 경기전 앞에 있는 막걸리 집 한 집 빼고는 모조리 영업을 끝냈습니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야 하나, 아니면 택시를 타고 전주 시내를 나가야 하나 고민할 때 쯤 한옥 마을 북쪽 거리, 동문길에서 문을 연 술집과 밥집을 발견했습니다. 아기자기, 힙한 술집들이 꽤 있습니다. 국밥집, 닭발, 맥주집, 가맥, 노래방, 치킨 등 서울에 비하면 많지는 않지만 있을 건 대충 다 있는 모양새 입니다.
배가 고픈 나머지, 주문한 닭발을 숮불에 구워, 맥주와 함께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쪽 지역은 처음입니다. 매번 태조로 주변과 한복집, 디저트 카페, 공예점 등만 방문했었지, 한옥 마을 외곽을 올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은 일반적인 지방 도시의 뒷골목입니다. 뭔가 허름하면서도 한옥 마을 근처의 운치는 갖춘 듯한 느낌입니다.
호텔로 가면서 한옥 마을이 잃어버리고 있는 부분과 향후 발전할 부분을 생각하면서 옛날의 순수함이 그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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