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터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미 국무부 장관으로서는 5년 만의 일입니다. 이틀 일정으로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친강 중국 국무위원 및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다음날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미국 거대기업 수장들의 중국 방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중국을 방문했고, 지난 6월 16일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서방의 대중국 전략 변화: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에 대한 전략을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으로 변경하는 것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디커플링은 중국을 세계질서에서 배제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며, 디리스킹은 위험을 제거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국 협력: 미국/중국 교역량 증가
말장난 같은 이러한 발언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본격화된 중국에 대한 전략에 대한 변화가 있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챙길 건 챙기면서 관리에 들어가겠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발언은 바이든 미 대통령의 5월 21일 G7 기자회견에서도 확인됩니다.
우리는 중국과 분리(Decoupling) 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Derisking)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한다.
Leaders of the Group of Seven agreed there’s a need to de-risk, not decouple from China, and acknowledged challenges posed by the mainland’s practices which “distort the global economy.”
“We are not decoupling or turning inwards,” the G-7 said in a joint statement released over the weekend as leaders met in Hiroshima, Japan. “At the same time, we recognize that economic resilience requires de-risking and diversifying.”
cnbc, ‘We are not decoupling’: G-7 leaders agree on approach to ‘de-risk’ from China, 2023.5.21
미국 상무부가 6월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은 5천368억 달러(약 678조 원)로 전년보다 6.3% 늘어, 역대 최대였던 2018년의 5천385억 달러(약 681조 원)에 근접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1.6% 증가한 1천538억 달러(약 195조 원)였습니다. 이에 양국 간 총 무역 규모는 6천906억 달러(약 873조 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미중 갈등] 냉전이라지만 미-중 무역은 역대급...폴리티코 "6900억달러, 기록 갱신", 2023.2.9
영국,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의 중국 협력
G7 회담의 결정에 따라 미국은 국무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영국 외무장관, 제임스 클리버리도 중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올해 3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헨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중국은 프랑스에게 의장대 사열, 예포 발사 등 다른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특급 의전을 제공했고, 다음날 시 주석은 광저우까지 따라가서 2번째 만남을 가졌습니다.
에어버스, 알스톰,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프랑스 전력공사(EDF), 로레알 등 프랑스의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 60여 명이 방중에 동행했고, 중국은 에어버스 160대를 구매하기로 계약하며, 한화 26조 3,700억 원의 선물을 안겼습니다. 마크롱은 중국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화답했습니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중국과 상업적 관계를 계속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입니다." -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6일 교민 대상 연설 뒤 기자들 질의응답에서
중국은 2022년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가 방중 했을 당시에도 에어버스 여객기 140대를 구매한 바 있습니다.
한국의 대중국 마찰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
윤석열 대통령은 불필요한 발언으로 외교적 마찰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UAE 방문 당시, UAE의 주적을 이란으로 지칭하면서 이란 정부의 거센 항의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5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대만 발언은 발언의 맥락상 불필요하다고 보입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처럼 지역 차원을 넘어선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함으로써 중국 측의 거센 항의에 직면했습니다.
한겨레, 중, 윤 대통령 ‘대만’ 발언에 “강한 불만”… 한국대사 불러들여, 2023.4.23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논란
지난 6월 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재와 주한 중국대사 싱하이밍간 회담에서 나온 발언이 시끄럽습니다. 당시 싱하이밍 대사는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아마 앞으로 반드시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는 명백히 외교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위입니다.
발언 이후 윤석열 정부는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했고, 중국 측에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서 더 나아가
"싱하이밍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싱 대사의 부적절한 처신에 우리 국민이 불쾌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과거 조선의 국정을 농단했던 청나라 위안스카이를 연상시킨다는 언급까지 이어가며 가교역할이 적절치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말을 덧 붙였습니다.
MBC뉴스, 윤 대통령 "싱하이밍 발언에 국민 불쾌", 2023.6.14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관계에 있어 '당당한 외교'를 이야기하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수장으로서 당연합니다. 싱하이밍 대사가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항의를 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외교적 항의에도 관례와 적절한 수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은 주변국가를 관리하고 있는가?
외교의 기본은 국익입니다. 동맹도 국익이라는 전제하에 세워지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의 도청사건, 일본의 강제동원 책임회피 및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만 당당한 외교를 하겠다는 '이중 기준'을 적용하는 데에는 현재의 국제 정세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로 바라보는 이분법적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편 가르기식, 거친 외교는 당장 무역적자라는 피해로 국민들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최대 무역 흑자국이던 중국은 이제 순위가 22위로 밀렸으며, 중국에 대한 무역흑자 감소는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중국견제를 위해 자국 내 기업의 중국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면서, 한국 기업 또한 중국에 수출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KITA), 한때 한국 최대 무역 흑자국 중국… 이제는 최대 적자국으로, 2023.3.28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남북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입니다. 남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의 협조 내지 방임이 필요한데,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리드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프레시안, 윤 대통령이 中과 '당당히' 싸우는 사이 중국에 손 내미는 美와 英[기자의 눈], 2023.6.17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2/000228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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