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세계 잼버리 대회. 추락하는 국격, 철수하는 영국대원들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현재 전라북도 새만금 간척지에서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8월 1일부터 8월 12일까지 개최되고 있습니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는 세계 스카우트 연맹에서 주최하여 4년마다 열리는 합동 야영 대회입니다. 한국은 지난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개최한 바 있고, 올해 제25회 잼버리 대회를 부안 새만금 간척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국대원 4,500명, 미국대원 700명 조기 철수(8.4, 22:00, 8.5, 04:00 경)
이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들이 터져 나오고 있고, 준비 부족이라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난은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8월 4일 밤 10시경, 대회 운영 미숙을 참다못한 영국 스카우트 대원 4,500여 명이, 그리고 8월 5일 새벽 4시경 미국 대원 700명이 조기 철수한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단독] 영국 이어 미국 스카우트 대표단도 캠프장서 철수키로
UK scouts pulled out of camp after S Korea heatwave, BBC
Hundreds of teenagers are falling ill from heat wave at World Scout Jamboree in South Korea, CNN
저기 어디 아프리카 난민촌이 아니라, 대한민국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장 모습입니다.
총체적인 부실 운영, 난맥상
새벽에 이 기사를 읽다가 울화통과 함께 창피함이 밀려와 몇 자 적습니다. 기사에는 한국 정부의 운영 미숙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진 않았지만, 대회 참가 대원들의 학부모 인터뷰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강력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영국에서 14시간 걸려 한국에 입국한 후 다시 버스로 3~4시간을 이동하여 참가한 잼버리 대회를 보이콧하고 호텔로 철수한 후 영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보여준 태도에 실망했다는 의사 표현과 더불어, 얼마 남지 않은 대회 기간 동안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고려를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부의 행사 준비
그동안 행사 주관부서인 여성가족부는 행사가 완벽히 준비되어 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습니다. 대통령까지 직접 참석하는 행사(윤석열 대통령은 스카우트 명예 총재임)이고, 지난 6년간의 준비기간이 있었고, 예산이 1,082억 원이 투입되었고, 8월 초에 하는 행사이니 무더위는 예상되었었고, 간척지에 물 웅덩이가 많고, 모기가 많다는 것도 다 알려진 사실이었습니다.
이 행사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행사는 완벽하게 준비되었다고 언론을 통해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보도자료만 완벽했던 것 같습니다.
폭염 대비 부실
온열환자는 지금까지 약 2,900여 명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적 이상 기후로 인해 여름철 폭염은 몇 년 전부터 발생해 왔습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개최된 '도쿄 올림픽'도 7월 말 8월 초에 개최되었습니다. 당시도 폭염으로 많은 선수들이 경기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참고했더라면, 에어컨, 선풍기, 얼음, 그늘막 등을 충분히 공급했어야 합니다. 또한 폭염대피소 설치, 낮 시간 동안 야외활동 축소, 야간 시간 이용 활동 확대등의 프로그램 조정 등도 가능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물 웅덩이, 모기 등 벌레
간척지라 배수가 잘 되지 않는 문제는 예전부터 지적돼 오던 것입니다. 해결 방법을 찾을 시간은 준비 기간 6년 동안 충분했었다고 생각됩니다. 예산 1,082억 원은 어디로 간 걸일까요?
올해 봄에도 배수 문제로 인해 대회장에 발목까지 물이 찬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다만 이 문제는 대회가 끝난 후 부지를 반납해야 문제로 대규모 공사가 불가능했다는 배경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회 준비기간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최지 변경 등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더러운 화장실, 샤워실
샤워시설이 천막으로 되어 있고, 화장실도 남녀 공용인 곳이 많으며, 저녁에는 불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화장실과 샤워장이 더럽다는 제보도 있습니다.
"다 보이는 샤워장에 남녀 함께 화장실"...'잼버리 학부모'들의 분노, 왜?
의료진, 의료시설 부족
잼버리 첫날 400여 명의 온열 환자가 발생했는데, 야전병원 침상과 부족한 의료진으로 인해 담요 하거나 침상이 부족하여 바닥에 그냥 누워있는 환자도 포착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밀려드는 환자에 지친 의료진이 진료소를 폐쇄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개최지 내 진료소 5개 중 1곳이 어제 폐쇄되었습니다. 의료진이 초과근무 수당을 요구한 것에 대해 조직위원회 측이 거부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도대체 그 많은 예산과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 지시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의료진 초과 근무 수당이 몇 천만 원하는 것도 아닌데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단독]밀려드는 환자에 새만금 잼버리 의료진 "더 못하겠다"…진료소 폐쇄
GS25 폭리
최근 지역 축제마다 문제가 되는 것이 바가지요금입니다. 캠프장 내 독점 판매 편의점인 GS25도 이런 바가지요금으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일부 제품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비싼데, 얼음은 일반매장에서 700원, 4,000원에 파는 제품이 1,400원, 7,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비난에 대해 GS25는 8월 4일부터 가격을 시중 수준으로 내렸다고 합니다. GS리테일이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ESG활동을 강조한 만큼 전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에게 더 싼 가격으로 제공하지는 못할 망정, K-바가지를 제대로 시연한 점은 비난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부실한 식사 제공
행사 참여의 즐거움은 먹는 데 있습니다. 더군다나 먼 타국에서 야영생활을 하면서 먹는 식사만큼 기억에 남는 것을 없을 것입니다. 참가자들에게 바베큐 파티는 못 해 줄 망정, 조직위가 제공한 구운 달걀에서 곰팡이가 발견되어, 전량 폐기 처분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자원봉사자에게 제공하는 식사도 부실하다는 트위터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응
윤석열 정부는 역시나 문재인 정부 탓을 하면서, 지방 행사가 아닌 중앙행사로 전환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무제한 공급하고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며, 정부 모든 부처가 총력을 다해 즉시 해결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실, ‘잼버리 부실 준비’ 두고 문재인 정부 책임론 제기
마치며
대통령이 참석하고,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세계 잼버리 대회는 지방정부 행사가 아니라, 원래부터 중앙정부 행사입니다.
6년 전에 선정됐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에서 준비가 부실했다고 하는데, 더 잘하라고 뽑아준 정권이 윤석열 정부입니다.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가 보여준 위기 대응 능력은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입니다. 이태원 압사 사건부터 시작해, 강남역 침수 사건, 최근의 일본 핵 오염수, 오송지하차도 참사, 잼버리 사태까지 우리가 상식적으로 기대하는 수준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사과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번 잼버리 사태는 누가 사과하고 책임질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별 다른 대응 없이 넘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잼버리 대회에서 걱정되는 것은 해외 반응입니다.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참가한 학생들은 이번 대회의 총체적인 부실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을 것입니다.
그들 부모들 또한 야영대회가 아닌, 베어 그릴스가 참가한 생존 대회로 기억할 것이며, 이번 영국, 미국 학생들의 철수는 다른 국가들의 철수로 이어지고, 한국에 대한 국격 추락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부끄러움은 항상 국민들 몫입니다.
Foreign ministry sets up task force to address diplomatic offices' concerns over jamboree
주한 외국대사관들이 잼버리 대회 운영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태스크 포스 팀을 구성했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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