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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시대가 도래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죽음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자인 유성호 교수는 3프로TV '신과대화' 인터뷰에서 이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매년 30만40만 명이 사망하는 지금,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는 그 숫자가 연간 60만70만 명으로 급증할 전망입니다. 그 중심에는 55년생부터 74년생까지, 매년 100만 명 가까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있습니다.
이들은 고스란히 노인 인구로 진입하며 우리 사회의 인프라를 압도하게 됩니다. 문제는 단지 숫자가 아닙니다. 이들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고, 어떻게 존엄하게 배웅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사회적 준비 부족입니다.
유성호 교수의 문제 제기: "건강만큼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법의학자인 유성호 교수는 매일 부검을 통해 죽음과 마주합니다. 그에 따르면 죽음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한 사람의 '우주'가 끝나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을 여전히 금기시하며, 건강 유지에는 열광하면서도 '죽음 준비'에는 무관심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죽음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는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그는 최근 출간한 책 『유원노트』를 통해 세 가지 관점에서 죽음을 성찰할 것을 제안합니다.
- 3인칭의 죽음: 타인의 죽음, 사회의 죽음. 통계와 보도로만 접하는 죽음
- 2인칭의 죽음: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애도와 후회, 그리고 그 이후의 삶
- 1인칭의 죽음: 나의 죽음. 마지막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존엄사와 알락사, 이제는 논의할 때다
유 교수는 대한민국도 이제 본격적으로 존엄사와 알락사(Euthanasia)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캐나다, 네덜란드, 미국(오레건주) 등에서는 이미 일정 조건하에 의료진의 조력을 통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그는 이를 단순히 '삶을 포기하는 선택'으로만 오해하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오히려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에게는 중요한 '자기 결정권'일 수 있으며, 제도가 없을 경우 오히려 더 고통스럽고 무의미한 생명 연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사회적 논의 없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 즉 노인에게 강제되는 '조용히 사라져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은 극도로 비인간적일 수 있습니다.
애도와 죽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법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나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애도'에 대한 자세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슬픔은 억제하거나 부끄러워할 감정이 아니라, 충분히 경험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울지 못한다고, 무덤덤하다고 해서 이상한 것이 아니며, 사람마다 슬픔의 표현은 다릅니다.
또한, 슬픔에 빠져 있을 때는 중대한 결정을 유보하라는 조언도 남깁니다. 이직, 이사, 투자 등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은 감정이 가라앉은 뒤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왜 유서를 지금 써야 하는가?
그는 '유서' 혹은 '유원노트'를 단순한 재산 분할 문서로 보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돌아보는 '삶의 설계도'이자 '미래로 가는 유산'이라고 말합니다.
- 내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길 원하는가
- 내가 의식이 없을 경우 어떤 치료를 받고 싶은가
- 자녀나 가족에게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가
이런 내용을 스스로 써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방향이 바뀌고, 지금 현재의 삶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 사회는 준비되어 있는가?
지금도 노인 자살률은 OECD 1위 수준입니다. 의료 인프라, 호스피스 시설, 완화치료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더구나 앞으로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으로 몰려오며 의료 및 복지 인프라는 붕괴 위기를 맞게 됩니다.
- 1955~1974년생 베이비붐 세대: 매년 약 100만 명 출생
- 현재 대학 입학생 세대: 매년 50만 명 이하 출생
- 간병, 의료, 장례 등을 감당할 세대의 수가 턱없이 부족
"지금은 40만 명이 돌아가실 때 100만 명이 케어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100만 명이 돌아가실 때 40만 명이 케어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결론: 각자도사(獨死)의 시대, 함께 논의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유성호 교수는 말합니다. 우리는 단지 개인의 죽음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죽음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이 문제는 더 이상 회피해서는 안 되며, 건강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서를 쓰고, 제도적으로는 존엄사·완화의료·호스피스에 대한 논의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합니다. 가장 많은 인구 집단이 노년기를 맞는 이 시대에, 준비 없는 죽음은 사회적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야 할 주제입니다.
관련 키워드: 유성호 교수, 죽음 준비, 유원노트, 존엄사, 알락사, 베이비붐 세대, 노인 자살, 호스피스, 완화의료, 고령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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