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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계사전 #79] "한국은 일본이 먹어도 되는 나라? 한국은 거래조건으로 쓰는 나라? 한국은항상 대리전쟁을 하는 나라?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도올김용옥]

by 작은비움 2025.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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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BKP0Vz1a7Bc

[계사전 #79] "한국은 일본이 먹어도 되는 나라? 한국은 거래조건으로 쓰는 나라? 한국은 항상 대리전쟁을 하는 나라? 우리나라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강연자: 도올 김용옥

새해(설) 연휴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지만, 저는 강연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성남에서 진행한 대강연회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극심한 혼란과 불안에 처해 있고, 이런저런 걱정과 혼란을 해소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다만, 강연에 오신 분들이 너무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셨고, 제가 지은 책인 『상식이라는 책』(가명)도 강연 현장에서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 후 강연을 마치고 난 뒤, 몸이 극도로 안 좋아졌습니다. 고열과 함께 마치 대나무 꼬챙이로 여기저기를 쑤시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는데, 강의 시간이 다가오니 다시 기운이 살아나는 걸 보니, 강연에 대한 저의 책임감이 의지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역사와 상식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보면, 결국 우리는 ‘상식’과 ‘비상식’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느낍니다. 어느 한쪽이 반드시 옳고, 다른 한쪽이 반드시 그르다는 이념 논쟁의 양상이 아니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올바른 해석과 기본적인 인간적·도덕적 판단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1905년 ‘을사년’**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적 전환점인 이 시기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강화도조약(병자수호조약), 영일동맹, 포츠머스 조약, 그리고 카츠라-태프트 밀약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국제정세의 한가운데에서 한국이 ‘거래수단’처럼 취급되던 시대입니다. 당시 일본은 영국과의 동맹(영일동맹)을 통해 동아시아 주도권을 확장했고, 미국과는 카츠라-태프트 밀약을 통해 “필리핀은 미국이, 조선은 일본이”라는 식으로 서로의 식민정책을 묵인해 주었습니다.

이렇듯 대한제국은 그나마 러시아의 지원을 일부 받던 상황이었으나, 러일전쟁 이후 러시아 세력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한국을 둘러싼 국제적 균형이 무너집니다. 그 결과가 **을사조약(을사보호조약)**이라는 ‘조약 같지만 실은 조약의 법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강제적 문서’로 나타났고, 이는 곧 국권 상실의 길로 이어졌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균형자 역할

역사의 교훈 중 하나는,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에서 세력 균형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면 큰 위기에 직면한다는 점입니다. 조선 말기 동학농민혁명 시기, 청과 일본 사이에서 제대로 된 외교전략을 펼치지 못한 결과가 결국 농민군 탄압과 국권 상실의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날에도 북한, 러시아, 중국, 미국, 일본 등 다양한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 속에서 한국이 어떤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하는지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상식과 비상식의 갈림길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정치·사회·경제적 갈등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과거 역사를 제대로 성찰하지 못하고 반복하는 측면이 많습니다. ‘공산주의 vs 자본주의’, ‘보수 vs 진보’ 같은 구도가 아닌, 더 근본적으로 **‘상식 vs 비상식’**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올바른 역사의식을 통해 얻는 도덕적 교훈과 통찰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합니다.

1905년의 상황처럼 다시금 큰 전환점에 선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과거와 달리 상당한 경제력과 문화·과학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왜 또다시 종속적 위치에 놓여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한국 스스로가 주변국을 상대로 외교와 전략의 균형을 이끌어낼 수는 없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핵심은 간단합니다.

  1. 과거 역사를 올바로 성찰하고,
  2. 국제정치 속에서 한국이 자주적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하지 않아야 하며,
  3. 보수·진보, 자본주의·공산주의 같은 이념 논쟁을 넘어,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로 상황을 분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사는 우리가 오늘을 어떻게 살지, 내일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줍니다. 120년 전의 ‘을사년’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역사를 통찰하고 상식적인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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