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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당연한 체제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등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강국들이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현재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전체의 약 44%에 불과하며, 인구 비중으로 따져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근현대사 속 민주주의 혁명은 많았지만, 그 중 상당수는 실패로 돌아가고, 다시 권위주의 체제로 복귀했습니다. 이는 민주주의가 인간 본성에 딱 들어맞는 체제가 아니라, 많은 외부 조건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유지 가능한 체제임을 시사합니다.
러셀의 통찰: 철학과 정치의 불편한 관계
버트런드 러셀은 현대 분석 철학의 거장으로, 철학과 정치의 깊은 연관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철학자들이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적, 독단적인 사상을 지지해온 이유를 인간의 본성에서 찾았습니다.
철학자들은 불안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일반 명제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유동적이고, 절대적인 진리는 쉽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철학자들은 자신이 정립한 이론적 진실을 절대시하며,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 태도를 보이곤 했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태도
러셀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오류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라고 강조합니다. 즉, 어떤 진리도 완벽하게 확신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최선의 정보를 바탕으로 토론과 협의를 통해 결론에 이르는 방식이 민주주의입니다.
이런 태도가 없으면, 사회는 논쟁보다는 독단에 빠지기 쉽고, 다수의 독단은 곧 전체주의로 변질됩니다. 그렇기에 러셀은 민주주의가 유지되려면, 구성원 모두가 열린 마음과 겸손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경험주의야말로 민주주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철학
러셀은 민주주의와 가장 잘 맞는 철학으로 '경험주의'를 들었습니다. 경험주의는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따라 기존의 견해를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토론, 수정, 협의와 일맥상통합니다.
그러나 러셀은 동시에 철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독단적 사고에 쉽게 빠진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삶의 불안 속에서 사람들은 확실한 해답, 강력한 이론, 단일한 진리에 끌리기 마련입니다. 종교가 쇠퇴한 이후에도 사람들은 새로운 교조주의적 사상, 예를 들어 파시즘이나 공산주의에 쉽게 매혹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왜 나약하게 보이는가?
러셀은 자유주의가 민주주의와 함께 가야 하는 사상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유주의를 우유부단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나약한' 사상으로 인식합니다.
자유주의는 다양한 생각과 행동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로 인해 강력한 사회 개혁이나 단일한 행동으로 나아가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죠. 하지만 러셀은 민주주의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오히려 더 강한 응집력을 발휘한다고 말합니다.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에, 이를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단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단은 재앙을 낳는다: 전체주의의 그림자
역사적으로 전체주의 사회는 옳고 그름을 단정 짓고, 틀렸다고 여겨지는 집단을 박해해 왔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박해 속에서 사회가 다채로운 인재를 잃는다는 데 있습니다. 유대인의 미국 이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전체주의가 가진 비효율성과 도태의 씨앗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러셀은 분석합니다.
반면 민주주의는 새로운 정보에 적응하며, 다양한 의견 속에서 최선의 해답을 찾아가려는 시스템입니다. 단, 이는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경험주의적 태도를 견지하는 사회에서만 가능합니다.
결론: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닌 태도다
러셀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민주주의는 특정한 정치 제도 그 자체라기보다는, 인간의 태도와 철학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제도를 떠받치는 경험주의적, 자유주의적 태도가 사회에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하지 않지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제도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제도보다 더 중요한 '태도'를 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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