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5월 22일(월), ‘폴란드 신공항 사업에 대한 지분투자 약 7,500억 원 규모 계획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 최종 종합평가에서 선결 조건 이행을 전제로 타당(AHP 0.502)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공사는 KDI가 제시한 선결 조건, 폴란드 측의 공사 지분 의무매수조건을 포함한 투자손실 보전방안 마련과 신공항 이용료(사용료) 사전 결정 및 미이행 시 수익성 보전방안 마련 이행을 위해 폴란드 측과 협상하여 폴란드 신공항 사업 입찰 참여 후속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폴란드 신공항 사업 개요
최근 우리나라의 방산 무기를 많이 구매하여 우리나라와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폴란드는 지리적으로 서쪽으로는 독일과 동쪽으로는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부유럽의 국가이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받아 무너질 경우 러시아의 다음 타겟으로 지목되고 있는 국가입니다.
폴란드 신공항 사업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약 37km 떨어진 곳에 15조 원의 자금을 투입하여 연간 여객 4,000만 명 규모의 공항을 짓는 프로젝트입니다. 연간 여객 규모가 2,000만 명 수준인 수도 바르샤바 쇼팽 공항을 대체하고, 공항과 연계 철도망 등을 구축해 복합 운송 허브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Solidarity Transport Hub 또는 Central Communication Port (폴란드어 : Centralny Port Komunikacyjny , CPK). 전체 사업비 중 자기자본비율은 40%로, 폴란드 정부는 이 중 51%를 재정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49%를 외부에서 투자받을 예정입니다.
런던 히스로공항, 파리 샤를 드골공항,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이 경쟁하는 서유럽과 달리 중부 유럽에는 사실상 허브공항이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쇼팽 공항의 이용객이 코로나 이전(2015~2019년)에 이미 연평균 13.8%씩 증가하고 있고, 이중 환승객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볼 때 폴란드의 중부유럽 허브공항의 꿈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항공기와 철도를 함께 이용하는 복합 운송 허브로 목표로 하는 이 메가프로젝트에는 공항개발과 건설에 노하우가 있는 선진국들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굴지의 건설회사인 방시(Vinci) 그룹이(Vinci) 대규모 투자 의사를 밝혔고, 스페인 공항 개발 전문기업인 페로비알(Ferrovial, 런던 히스로 공항 운영회사), 호주 연기금 기반 인프라 투자사 IFM 등도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인천공항공사의 참여 이유
2023년 현재, 쿠웨이트 제4터미널, 인도네시아 바탐 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1년 폴란드 측과 전략적 자문 계약을 체결하는 등 경쟁기업 대비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공사 측은 폴란드 신공항에 의결권을 갖고 운영에 참여할 경우 향후 시공사 선정 등에서 국내 건설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공항 운영 시스템, 면세점 운영, 식음료 매장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전진기지로서 폴란드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폴란드 정부의 역점 사업에 한국이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KDI 선결 조건
그러나 이러한 공사의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KDI는 예비타당성의 선결 조건으로 폴란드 측의 공사 지분 의무매수조건을 포함한 투자손실 보전방안 마련과 신공항 이용료(사용료) 사전 결정 및 미이행 시 수익성 보전방안 마련 등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조건인 '폴란드 측의 공사 지분 의무매수조건을 포함한 투자손실 보전방안 마련'은 인천공항이 원할 때 폴란드 측이 제값 주고 지분을 인수할 거란 보장을 받으란 의미입니다. 당초 인천공항은 이자 등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1조 원에 달할 돈을 쏟아부으면서 투자비 회수 방안으로 '지분(12.5%)에 따른 배당금'과 '유사시 지분 매각을 통한 회수'를 내세웠습니다. 공항 소유주로부터 고정적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공항 운영권은 사실상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독일, 프랑스 등 이미 허브공항을 가진 나라들에서 폴란드 신공항에 대한 견제가 시작되면 상당 기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거란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또 지분 매각 역시 신공항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이 되면 제대로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두 번째 조건 역시 신공항 이용료 등이 사전에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인천공항의 수익성을 따지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에 제시됐다는 해석입니다. 착륙료 등 이용료를 얼마나 받느냐는 공항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인천공항이 확보하려는 지분(12.5%)만으로는 이 같은 공항 경쟁력 확보 전략에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결론
개인적으로 위의 반론에 대해서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외사업 특히 해외 정부가 발주하는 인프라 사업의 경우, 사업 타당성뿐만 아니라 발주국과 수주처가 속한 국가 사이의 외교적 관계 또한 중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사업에 있어서는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사업 외적인 요소도(예를 들면, 운영사를 정부가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 등) 중요한 고려사항이기에 단순히 수익성만으로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공항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지적은 일견 타당한 듯 보이지만, 건설 및 운영 사업은 그 자체 사업뿐만 아니라 무수한 파급효과, 파생 사업 기회를 만들어 냅니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KDI의 선결 조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폴란드 정부와 어떤 형태로 협상을 이끌어 갈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인천국제공항공사 홈페이지
https://www.airport.kr/co/ko/cmm/cmmBbsView.do?FNCT_CODE=121&NTT_ID=26414
동아일보, 2023.4.21., 이새샘 기자, 인천공항, 폴란드 신공항 프로젝트 뛰어든다... “중부 유럽 허브 될 것”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30420/118938874/1
중앙일보, 2023.5.20., 강갑생 기자, 인천공항 ’폴란드 1조 베팅‘... 타당성 확보? 2가지 못 풀면 ’꽝‘[팩트체크]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3862#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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