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이 잘 팔려도 회사는 적자? '파산핑'의 진짜 이유
요즘 유아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티니핑'. 시즌마다 수십 종의 새로운 캐릭터가 쏟아지며, 부모들은 매 시즌마다 장난감을 사줘야 하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실제로 티니핑 관련 장난감은 한 시즌만 구매해도 수십만 원이 훌쩍 넘고, 캐릭터별로 다양한 상품군이 존재해 이른바 '파산핑'이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티니핑을 제작한 SAMG 엔터테인먼트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인기만 보면 승승장구할 것 같은 회사가 어째서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릴까요?
재무제표로 본 티니핑의 구조적 문제
- 높은 원가율: 티니핑 완구 매출은 780억 원에 달했지만, 매출 원가율은 무려 75%. 일반 제조업 수준의 높은 원가율은 캐릭터 산업의 고마진 이미지와는 상반됩니다.
- 급격히 증가한 판관비: 유통을 외주에 맡겼던 초창기에는 비용이 덜 들었지만, 유통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면서 인건비, 물류비 등 판관비가 급증. 예전 유통사(삼진 인터) 대신 스스로 유통을 담당하며 판관비가 64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 다품종 소량생산의 함정: 시즌마다 새로운 캐릭터 수십 마리를 쏟아내며 수백, 수천 가지 장난감 제품군을 만들어야 했고, 이는 제조 단가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유통 경험이 부족한 콘텐츠 제작사가 무리하게 상품 제조와 유통에 나서며 손익 구조가 악화된 것입니다.
콘텐츠 산업의 오래된 교훈: 뽀로로와 핑크퐁의 사례
비슷한 콘텐츠 기업 핑크퐁(아기상어)은 유튜브 조회수 1000억 뷰를 기록할 정도로 글로벌 인기를 얻었지만, 머천다이징 매출은 2023년 반토막. 영유아 타깃 특성상 부모의 구매 결정이 필수인 만큼 콘텐츠의 폭발적 인기가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반면, 20년 가까이 꾸준히 캐릭터 수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상품군을 보유한 뽀로로(아이코닉스)는 170억 원의 매출과 87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바로 "과욕을 부리지 않고, 천천히, 오래가는 전략"입니다.
산리오, 헬로키티가 증명한 '버티기의 힘'
일본의 산리오는 1960년부터 시작한 캐릭터 기업으로, 헬로키티(74년생), 마이멜로디(75년생) 같은 오랜 캐릭터를 기반으로 지금도 성장 중입니다. 산리오의 강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백 개 캐릭터 + 수천 종의 제품군: 매년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며 취향의 다양성 확보.
- 직접 제조 및 유통: 라이선스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직접 팔며 고마진 구조 유지.
- 성인 타깃 확장: 헬로키티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커서도 소비자가 됨. 지금은 20~40대 여성들이 주 소비층.
결국 캐릭터 사업의 핵심은 '하나의 콘텐츠를 오래도록 잘 키우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상품 퀄리티, 유통 구조, 세계관 설계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론: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IP 비즈니스의 본질
삼지엔터는 콘텐츠 제작사로서 강점을 갖고 있으나, 제조와 유통은 새로운 영역이었습니다. 중간 유통사를 거치며 마진을 잃고, 직접 유통 전환 후에는 판관비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적자폭이 커졌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공격적인 확장이 아니라, IP의 수명을 길게 가져가는 전략입니다. 시즌 5부터는 기존 캐릭터를 재등장시키고 세계관을 통합하여 재고 부담을 줄이고 충성도 높은 팬층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산리오처럼 50년을 버티면, 헬로키티처럼 대중의 '추억'이 '소비'로 전환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영원한 캐릭터'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며, 당장의 인기보다 오래 살아남는 전략에 집중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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